백두대간산행기

[스크랩] 백두대간 13구간 신풍령 -> 덕산재

터보식스 2008. 9. 8. 14:49

백두대간 13구간 신풍령 -> 덕산재

산행일자 2001년 7월 1일 (일)동행자 : 해뜸 :19:57, 해짐: 05:15,

한등 871차 회원 66명 , 대장: 장 영 주

 

산행소요 시간 (김신인 기록)

목 적 지

도착

출발

비 고

부산

---

07:00

66명 참가

관문 휴게소

09:15

09:25

신풍령

10:15

10:20

비가 너무 온다.

된새미기재

11:40

11:40

삼봉산(1254M)

12:10

12:15

무명봉

12:30

13:00

중식 , 12시부터 비가 그침.

소사고개

14:00

14:10

물보충, B팀,

덕유 삼도봉(1240M)

16:10

16:20

최선두 하산완료.

대덕산(1290M)

17:05

17:10

늦다고 계속 무전이 옴.

17:30

17:35

물 맛 좋음.

덕산재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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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산행시간: 8시간.

core tex 성능 확실함

작성자 김신인

오전 12시 까지 비가 와서 악천후의 산행 이였다. 땀 인지 빗물인지 ...... 장비가 부실한 회원은 고생이 많았다. 나는 그 유명한 Cor-tax 때문에 어려움이 없었다. 등산화도 그렇고. 그러나 해가 나고 소사고개를 지나 후반부의 삼도봉은 정말 힘들었다. (2시간) . 미끄러워 등산 핼 때는 물론 하산 할 때는 더 어려움이 많았다. 간신히 넘었다. 이것도 나이라고 한계에 도달 했나보다. 그래도 저 때문에 목욕은 쉬원하게 하셨죠?

비온후 해가 떠면서 깨끗한 산야의 조망은 오늘의 어려움을 보상 받고도 남았다. 아! 멋진 광경. 삼도봉에 도착하니 박민규씨 부부가 기다리고 계신다. " 와 ! 감사님 ! 포기 하신줄 알았더니, 이리 와서 쉬세요."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위에서 보니 감사님 같았습니다." 후미를 또 자청 하신다. 이 고마움! 이 때문에 나는 한등 떠날 수가 없는데. 참외를 하나 깍아 주신다. 이 은혜 잊지 않을 께요.

다음날 세탁기에 옷을 넣고서 돌리니 흙탕물이 말이 아니다. " 무엇 때문에 이렇게 힘든 산행을 합니까? 당신은 아직도 청춘인줄 아시오? " 한마디 하신다. 안그래도 이제 퇴역할 때가 되었나 보다.

백두11차(신풍령-덕산재)- 雨中山行

작성자 장 현주

작가이며 사상가인 에머슨과 카알라일, 두사람은 처음 만나 삼십분가량 아무말 않고 앉아있 다 오늘은 퍽 재미나게 놀았다며 악수하고 헤어졌다는 일화가 있습니다. 마음이 통하는 이들사이에 언어는 부질없음을 말해주는 것이지요. 힘들거나 즐거웁거나 같이 공유했던 시간속에서의 감흥은 말이 없어도 서로의 가슴을 연결시켜주는 고리가 되어줍니다.

11차 우중산행의 동행이셨던 산동무님들. 어제의 살아 영동하는 운치는 각각의 가슴속에 無字書로 새겨져 있겠지만 차분한 되새김의 여유로 회상해보는 시간도 산행못지않게 소중할 것입니다.

"저 곳은 뿌리없이 허공에 부유해 다른 세계로 통하여주는 문- 이세상과 저세상의 경계같다... 秘儀로 가득한 운해속을 떠다니는 섬...섬. 아니, 산...산. 비바람 속을 정처없이 머리풀고 달려가는 안개구름. 나무의 푸른빛이 더없이 깊고 선연한 암릉. 시샘이라도 하듯 잿빛 구름무리 덮치고 흩어지니 변화무쌍한 난무에 산이 드러나고 산이 사라지고... 저기 저 소사마을 하늘엔 고아한 품위의 흰 모시적삼이 걸쳐있는 듯, 눈부시게 정결한 구름 한편. 저 구름 한장 들치면 피안의 세계 하프소리라도 새어나오지 않을까? 산과 나 온통 젖으니 짜내면 푸른 물 뚝뚝 떨어지려나. 비에 씻긴 대기는 맑고 순결해 거울 같이 반짝반짝 빛나는구나. 하늘을 향해 손바닥을 꾸욱 누르면 손자국이 날것만 같다..."

비오는 산은 영성으로 가득합니다. 우리들이 자연에 감응할때의 정취란 '말을 하려하나 이미 말을 잊었다' 라는 옛시인의 심경 그대로일 것입니다. 그러나 비록 빈약한 언어일지라도 이렇게 가슴속느낌을 말로 표현해보는것은 새삼 그 소중하고도 기쁜 감상속에 다시한번 머무르고 싶은 것이겠지요.

칠월 들어 첫째날이었던 백두 11차, 신풍령-삼봉산-소사마을-삼도봉-대덕산-덕산재 구간은 좋은 책을 한권 읽고 난 후의 기분과 같습니다. 살다보면 오래도록 가슴에 간직하고 싶은 소중한 순간들이 있지요. 가슴을 따뜻하게 해주고 영혼을 맑혀주는 책이나 영화를 본 후도 그러하고 깊은 우정이나 사랑을 느낄때도 그렇습니다.

11차 구간 산행도, 오래오래 잊혀지지않았으면 하는 그런 한때였습니다. 초여름날의 시원한 빗줄기와 함께 했던 이번 산행은 우중산행만이 빚어내는 독특한 운치속에 호사를 누려본 날이었습니다. (몰골을 보면 호사했다고 아무도 믿지않겠지만) 날씨와 계절에 따라 산은 천의 얼굴을 보여줍니다. 어제와 오늘의 정취가 다르고 아침과 저녁의 얼굴이 틀립니다.

11차-신풍령에서 덕산재까지의 구간은 흐림,비옴,개임의 일기변화에 따라 다양한 산행을 즐길수 있었고, 비에 젖어 미끄러운 내리막길이 위태위태했지만 모든 면에서 만족스러웠습니다. 철벅거리던 등산화도 미리 예견을 해서인지 그닥 나쁘지 않았구요. 삼봉산 오르는길은 시원한 빗줄기 덕분에 힘든줄 모르고 오를수 있었지요. 삼도봉 오르는 길의 가파름도 땀을 흠뻑 흘릴수있어서 좋았고 군데군데 심심찮게 산길을 수놓아주는 오렌지빛 나리꽃이며 보라빛제비꽃,앙증맞은 엉겅퀴,그리고 소박한 야생화들. 지나침 없는 수수함이라 더욱 고와 보였습니다. 무성하게 웃자란 풀과 나뭇가지에 생채기를 내가며 밀림속을 헤쳐나가듯 걷자니 앞서 백두대간의 마루금을 온몸으로 그어나갔던 이들에 대한 고마움과 함께 경의감이 입니다. 먼저 걸었던 이들의 발자취가 느껴지니 험한 길도 더욱 다정하게 와닿습니다. 소사재 아래마을의 고냉지 채소밭은 질서있게 잘 정돈되어 여늬 시골마을과는 달리 풍족한 삶의 터전임이 느껴져 고마왔고, 고냉지여서 그런지 연보라빛 상추밭도 특별해 보였지요.

삼도봉에서 왼편전방으로 비스듬히 누워있는 대덕산은 유연하고 리드미컬한 능선이 마치 물개가 엎드려있는것 같더니 점점 눈앞에 가까와지니 바다코끼리처럼 커져버립니다. 이름처럼 순하고 후덕한 능선의 대덕산은 사방에 막힌곳이라곤 없어 크고 낮은 산들의 봉우리와 능선이 연출해내는 광경이 장대합니다. 저멀리 바다에 떠있는 왕관인듯 가야산의 봉우리가 돋보이고 금원,기백,의상봉,묘봉,향적봉등이 빙... 대덕산에서 보면 우리국토의 90%가 산인것 같습니다. 산이 많은 우리나라. 오랜 역사, 산과 더불어 살아온 우리 민족. 산이 없이 광막하기만 한 들판만 있다고 상상해보면, 참 지루하고 재미없을것 같지 않나요?.

산과 산의 자락 사이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작은 마을들. 자연스럽게 자연의 한 부분이 되어 조화롭게 살아나가는 순후한 풍경은 참 편안해보입니다. 전 백두대간을 완주할때까지 몇군데의 마을을 찾아내려는 소망을 갖습니다. 아이들이 성장하여 자립하고 나면 산자락아래 자리잡고 사는 나를 꿈꿔보는거지요. 간소한 집에 단촐한 살림살이로 잠오면 자고 배고프면 밥먹고 나물캐고 나물씻으며 찾아와주는 손님 반갑게 맞아 그 나물 반찬해 상을 차려 내며 그렇게 산냄새 노상 맡으며 순박한 삶을 살아보고 싶은 겁니다. 제아이들은 시골에 친척집이 없는 것을 매우 억울하게 여기더군요. 자연속에 풀어놓으면 야생마처럼 산으로 들로 물로 뛰어다니며 시간가는줄 몰랐지요.

이젠 컴퓨터 게임에 빠지고, 핸드폰으로 문자메세지보내기에 바쁜 문명화된 미개인(?)이 되어가고 있지만 그아이들도 언젠간 저처럼 자연속으로 회귀하려 할 것이고 제 아이들의 아이들도 산골의 할머니댁을 틀림없이 좋아할것입니다. 백두대간을 통해 만나뵌 님들. 그때면 꼭 저희 집에 한번 놀러오셔요. 뜰에는 커다란 은행나무도 한그루 심을테니 가을엔 황금빛나뭇잎을 밟으며 거닐수도있습니다. 하하...말로 집짓고 나무심고 생색내고 다하네요. 하지만 소망이 익어서 때가 되면 꼭 이루어질것임을 안답니다. 그때가 되면 나물감별도 1급이 되어서, 지난번처럼 제가 캔 나물을 조금 드리겠다는데도 더 살아야 한다며 거절하실 분은 안계시겠지요? 이번 산행중의 소사마을이 그렇게 후에 살고 싶은 곳의 순위속으로 들어왔습니다. 삼봉산을 병풍처럼 두르고 비스듬이 기대어 있던 소사동마을. 고냉지채소밭의 풍요로움과 함께 하늘아래 첫동네의 맑음을 간직하고 있던 소사동마을. 볼수록 마음이 끌리는 곳이었습니다. 산행과 함께 깊은 인상으로 와닿은 작은 마을 하나 가슴에 남겨놓으며, 이제 11차 산행의 기억을 내려야겠습니다.

차이는 있지만 언제나 힘든 산행.

내일이면 고단함은 날아가고 산에 심어놓은 꿈은 또다시 고개를 들겠지요.

덕산재의 밤하늘 아래 다시 대간의 줄기로 모이는 날까지, 회원님들. 건강하십시오.

남은 말--다음 12차는 또 반쯤 죽으러 가는 날이지요? 이번처럼 비라도 내려준다면 고맙겠는데 폭염이 될까, 걱정입니다. 별다른 대비책이 있을까만은 몸을 수레삼고 열정을 수레바퀴로 달아 차근차근 걸어가야지요. 한방울의 물이 내를 이루고 천리길도 한걸음부터입니다. 뜨거운 숨길과 괴로운 인고뒤에 어느덧 두 다리로 정상에 서 기뻐하는 '나'를 만납시다.

덕산재의 계곡, 한등탕의 지킴이가 되어주신 회장님. 남탕,여탕 번갈아 문지기가 되신 소감이 어떠셨는지요?

남탕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면서, 살짝 들여다보고 산행기에 발표를(멀??) 할까 하다가 후환이 두려워서 참았습니다. 근데, 문지기는 돌아가면서 하는게 공평하지 않을까...쩝!

출처 : 한국등산클럽
글쓴이 : 터보식스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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