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산행기

[스크랩] 백두대간 11구간 육십령->월성재

터보식스 2008. 9. 8. 14:48

백두대간 11구간 육십령->월성재

산행일자 2001년 5월 20 (일)동행자 : 한등 869차 한등회원 72명 , 대장: 박영만

 

산행 소요 시간(김신인 기록)

목 적 지

도 착

출 발

비 고

시민회관

--

08:00

한등 회원 72명

산청휴게소

09:35

09:45

육십령

10:55

11:10

할미봉 2.3K , 기념 촬영,

헬기장

11:45

11:45

힐미봉(1026M)

12:15

12:15

서봉 5.8K , 사진 촬영, 점심,

덕유교육원 삼거리

13:45

13:45

남덕유 3.6K, 육십령 5.2K

헬기장

14:05

14:05

(14:15 선두 서봉도착)

1300M

15:20

남덕유 2.0K

서봉(1510M)

15:30

16:00

조망 좋음.

남덕유 삼거리

16:25

16:25

남덕유 0.3K, 삿갓골재 4.0K

남덕유산(1507M)

16:35

16:35

왕복 20분

남덕유 삼거리

16:45

16:45

월성재 1.1K

월성재

17:05

17:15

황점 4.0K (17:00 선두 황점 도착)

황점마을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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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산행 시간 : 07:20 (14.45Km)

 

 

모자를 잃어 버렸다. 작성자 김신인

수학 문제에 이런 문제가 있다.

" 3회에 1회 정도로 모자를 잃어버리는 학생이 있다. 지금 집을 출발하여 A, B, C 세 친구 집을 차례로 둘러 자기 집에 돌아 왔다. 모자를 잃어버린 것을 알았다. 두 번째 B 친구 집에 잃어 버렸을 확률을 구하여라."

요즈음 3회에 1회 꼴로 무엇을 잃어버린다. 나침반, Cortex 상의, 호각, 모자, 수첩 등, 할미봉 못 가서 휴식 후 모자를 잃어 버렸다. 7시간 산행 내내 맨머리(?)로 해가 없길 망령이지 있었다면... 서봉 앞 약 1시간은 힘들었다. 강 총무님이 말씀하시는 자기와의 싸움이지. 전구간 14 Km를 7시간에 걸쳐 천천히 진행한 덕에 무사히 마쳤다. 충분한 물(1.5리터X2) 덕택에 땀을 많이 흘렸지만 무사히 견디었다. 이렇게 천천히 가면 나도 한가닥하는 놈인데..... 몇 년 동안 배낭에 넣어 다니던 구급약을 남을 위해 쓸 수 있으니 얼마나 기쁜지 모르겠다.

오카리나

서봉 정상에서 후미를 기다릴 때, 오카리나를 불러 보았다. (정상 기념 연주?) 이 때 심이사가 무전기를 켜 놓았다. 이러니 그 소리가 온 무전기와 산에 울리고 말았다. "왠 , 휘파람 소린가?" 박영만 대장님의 문의 가 있었다. 심이사는 흥에 겨워 "보리밭"을 큰소리로 부른다. 속이 시원하게 부른다. 얼마 만인가? 오늘은 이렇게 여유가 있다.

서봉 정상에서 할미봉 쪽으로 본다. "시커먼 할미봉" "아니, 저기서 내가 왔단 말인가? 대단하다. 종종 걸음이 이렇게 무서운 것이야. 시간이 문제이지." 자찬하며 무거운 다리를 달랜다. 오늘은 석종대 선생님, 심이사 그리고 많은 회원님들이 격려 해주셨다. 고맙습니다.

형님 갈 꺼요?

긴급 전 회원의 회의를 황점에서 열었다. 다음 10차 산행은 무박 2일로, 월성재에서 신풍령 까지 25Km를 6월 2일부터 3일로 시행하기로 했다.

우리 해동고 석 종대선생님이 걱정이 되시는 모양이다. 21일 월요일 오후에..

"형님 갈 꺼요?" "가야지!"

"산행시간은 ?" " 25Km 된다니 12시간 내지 14시간 걸리겠지. 이번에 빠지면 3구간을 한번에 하니 도저히 땜방은 불가능 한 거야.."

"6월 2일 행사가 있는데..?" "포기하는 것이야." (어느 것을 포기하지..) 한 두 시간 후에

"참말 가요?" "이 영감님들이 새벽 1시 반에 출발 할거야. 달밤에 체조하는 것이지, 미쳤지."

"좋소 나도 가요. 형님 허리춤만 붙잡고 갑니다. 아무 것도 없는데....." "이 사람아 내가간다. 가자." (상당히 두려운 모양이시다.)

회원 여려 분들 자신을 가지고 도전 해봅시다. 한 시간 두 시간에 해결되는 것이 아닙니다. (커! 죽었다. 죽어보자.)

에구, 힘들어라 작성자 장현주

그리이스의 현대가곡집 중 내 조국이 가르쳐준 노래라는 음반엔 "기차는 8시에 떠나네"라는 친근한 곡이 있지요. 8시에 떠나는 그 기차는 카테리니행이지만, 우리를 태운 버스는 내 조국땅이 가르쳐주는 노래를 들으러 대간을 향해 8시에 떠납니다. 혼자만의 사색의 시간과 공간이 주는 매력에 이끌려 시작된 산행이었지만 이젠 한반도의 골간을 이루는 땅의 부름에 응답하여(불렀지요?) 한등과 함께 8시 버스에 몸을 실어 걸어오다 보니 어느새 덕유자락입니다.

산행을 위한 봇짐을 싸고, 걸어온 길만큼 동고동락을 함께해온 친숙한 등산화를 발에 꿰며, 님보러 가듯 설레는 가슴으로 나서는 길. 버스는 정확히 지난 차수의 하산지점에 원위치시켜주고, 인원파악과 인사를 나눈 후 드디어 숲길로 들어서지요. 아, 바로 이 냄새. 취하게 만드는 그 싱그러운 풀내음 가슴 가득 들이키며 어느 땐 경건함으로, 또 어느 땐 즐거운 재잘거림으로 입산신고를 합니다. '저희들이 왔어요... 당신의 품으로 들어가려하니 받아주세요. 몸을 열고 마음을 열고, 맑은 기운 받아 당신을 닮아가게 하소서. 오늘도 무수한 발자국을 남기니 용서하시고 안전하게 산행을 마치고 하산할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그리고 이내 이어지는 숨가쁨.

한 땀, 한 호흡, 후..후.. 몰아쉬고 달래어가며 오르고 걷고 내리고 달리며 산자락의 한 점이 되어 대간 종주의 리듬은 그렇게 다시 이어집니다. 아홉수가 고비라는 속설이 있듯, 백두 9차- 육십령에서 월성치까지 남덕유를 비껴 돌아가는 구간은, 아홉의 징크스를 따르려는지 한발한발 인내로 올라야 했던 힘든 산행이었습니다. 나 버리고 가면 십리도 못 가 발병 난다는 원망스런 눈길이 뒤에서 잡아끄는 양 아리랑 고개를 넘듯 힘겹게 올라야 했지요. (음, 혹시 할미봉이 망부석은 아니었을까요?) 남덕유자락의 바람은 어디로 놀러갔는지 잠잠하기만 하고 물한모금에 기운을 북돋워가며 가쁜 호흡으로 한 걸음 한 걸음 오르다보니 어찌 가나...싶던 서봉도 어느덧 코앞입니다.

9차구간은 수면부족과 찬물로 인한 배앓이로 더욱 고생스런 산행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서봉이 바라다 보이는 전망 좋은 바위그늘에 앉아 쉬려니 그만 자리 깔고 누워 한숨 잤으면...싶은 유혹이 이는군요. 산은 덕유란 이름을 가졌건만 매번 덕유구간은 고생스러운 기억을 함께 하네요. 산줄기가 형성된 이래, 질곡과 풍파를 견뎌 내온 백두대간의 덕성스러운 산 덕유는, 그 형상 속의 숨겨진 역사만큼 오르기엔 대가를 치러야하나 봅니다.

구간을 나누어 종주하니, 지난번 하산지점으로 회귀하여 산행은 시작되고 그것은 꼭 한 땀한 땀 바느질을 하듯 이어나가는 모습 같습니다. 각자의 발품으로 지어 가는 이 바느질에서, 어떤 무늬들이 짜지어 질 것이며, 어떤 의미들이 수놓아지려는지요? 똑같은 사건, 똑같은 사물이라도, 누구나 자기만의 대롱을 통해 그것을 해석하고 받아들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단 하나의 대상물도 수천 수만 가지의 의미로 재해석되어 그 숫자만큼의 의미로 존재하게 될 것입니다. 자신의 해석으로 자신의 우주를 지어나가는 베짜기. 한눈에 가늠할 순 없지만, 자연의 내재된 힘과 아름다움은 우리가 보려고 하는 만큼 보여주고 들으려 하는 만큼 들려줄 테지요. 차분한 받아들임 가운데 느낌과 직관은 산행 때마다 날줄과 씨줄이 되어 충실히 직조해갈 것입니다. 대간의 허리춤까지 다다라 반매듭을 지을 즈음엔, 자신만의 코드로 짜낸 경이로운 세계를 만나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8차산행 다음날에도 비가 오더니 구름들이 약속이라도 했나요? 마치, 니들 잘 갔지? 하며 산행 날을 피해 비를 내려 주는 것 같아요. 충분히 내려줬음..싶군요. 너무나 무성해진 숲은, 어제의 우리들처럼 물을 많이 먹어야 할거 같습니다. 이제 덕유종주를 앞두고 그간의 걸어온 길을 돌아보고 앞으로 가야할 길을 보니 먼길을 갈 때 그 말의 가치를 안다는 옛말이 떠오릅니다. 산행을 통해 습득한 지혜 중엔 몸에 대한 깨달음도 클 것입니다. 무감하던 감각들은 그 예민함이 날로 섬세해지고 미덥지 못했던 체력과 근력은 단련되고 연마되어 점점 단단해져갑니다.(무쇠다리가 부러워...) 먹어야 할 때와 그쳐야 할 때가 분명해지고 부족함이나 넘침이 있을 땐 꼭 그만큼의 장애를 겪어야 하지요.

음식물이 몸에 섭취되어 에너지로 전환되는 메카니즘이 직접적인 체험으로 이해되고 몸을 가장 효율적으로 만드는 알맞은 때와 적절한 양은 식욕이 아닌 몸의 기능을 통한 메시지로 읽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몸에 대한 관심이 생기고 주의를 기울이다보니 무심함이 아둔함을 낳았구나 싶어 소중함과 함께 비로소 내몸에 대한 애정도 솟아납니다.

게으름 피운 만큼 정확하게 힘이 들고 관심을

가져준 만큼 정직하게 탄력을 붙여주는 몸.

이쯤에서 고마움과 함께 경의를 표해야 할거 같군요. 덕유종주의 대장정을 앞두고, 특히나 다리에게 전하고 싶습니다. 장황한 수식어가 필요 없겠지요?

모든 [다리에게 주는 글] 입니다.

다리야. 고*맙*다.

- 장현주님 감사합니다. " Agnes Baltsa" --Songs my country taught me.

출처 : 한국등산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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